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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 - 나무지기의 도시 탐목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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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 - 나무지기의 도시 탐목기

을유문화사

오병훈 지음

201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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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서울의 생명 문화재, 나무를 통해 배우는 동양 문화
우리의 삶과 희로애락에 뿌리내리며 자라 온 노거수 열전


서울은 역사가 깊은 아주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조선시대부터 수도로 정해져 오늘날까지 5백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땅의 가장 중요한 도시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인 도시에 어울리는 노거수가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나무는 인간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나무를 이용해 집을 지었고, 나무껍질로부터는 섬유를 얻어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나무 열매를 식용으로 삼고, 병을 치료하고 몸을 보호하는 약재로도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인류의 문화는 나무와 함께 더불어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나무는 살아 있는 생명 문화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울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이러한 생명 문화재인 나무를 찾아 그 나무와 관련된 각종 문화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동시에 나무의 생태와 쓰임까지 이야기하는 종합 문화 교양서이다.
서울의 한복판 종로의 조계사 앞마당에는 회화나무 노거수가 자라고 있다. 회화나무는 사대장수목 중 하나로 『삼국사기』에 “성이 함락되자 백제의 해론이 회화나무에 머리를 받고 죽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심어져 자라던 나무였다. 청계천 양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버드나무는 일찍이 수양제가 사랑한 나무였다. 수양제는 대운하를 완성한 후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이 나무를 가꾸는 사람들에게 상으로 비단 한 필씩을 내리기도 했다. 버드나무를 수류隨柳나 양류楊柳라고 부르는 것도 수나라 양제의 나무라는 뜻에서 파생된 이름들이다.
나무 중에는 군신 관계를 상징한 것도 있다.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바로 그것인데, 소나무는 군왕을 나타내고 매화나무는 신하를 뜻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소나무와 매화는 함께 배치해서 그리지 않았다. 군왕을 뜻하는 소나무와 신하를 뜻하는 매화를 동격으로 같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나무는 곧잘 매화와 함께 그려져 충절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군왕과 얽힌 나무 이야기 중에서는 벚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북벌을 준비하던 효종은 그 일환으로 우이동 계곡에 벚나무를 많이 심었다. 활을 만드는 필요한 재료 중의 하나가 바로 벚나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무는 국가의 전략 물자이기도 했다. 벚나무와 더불어 뽕나무도 활을 만드는 데에 쓰인 중요한 나무였는데 조선 태종은 이 뽕나무 거목이 자라는 숲을 봉산封山으로 지정해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신촌 봉원사의 느티나무를 비롯해 한국 특산으로 성탄목으로 많이 사용되는 구상나무, 공자를 상징해서 중국이나 한국에서 문묘에 항상 심었던 성균관대학교 내의 은행나무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을 통해 동양만의 독특한 미적 세계와 풍류, 정신문화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열하일기』, 『산림경제』, 『양화소록』, 『조선왕조실록』…
고전 문헌과 서울에서 볼 수 있는 44가지 나무로 우리 문화를 읽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을 바로잡기도 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 중 하나인 마로니에공원에는 정작 마로니에가 없다. 우리가 흔히 마로니에로 알고 있는 나무는 사실 일본에서 건너 온 칠엽수이다. 동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카시아도 사실 아까시나무라 불러야 한다. 진짜 아카시아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노변에서 잘 살지 못한다. 무덤 주위에 아까시나무를 심으면 뿌리가 관을 파고 들어간다는 믿음도 어처구니없는 낭설이다. 아카시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고 옆으로 얕게 뻗어 가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묘지 주위에 아까시나무가 잘 자라는 이유는 단지 그곳에 볕이 충분히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나무의 생태와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쓰임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고전 문헌에서 어떻게 나무들을 바라보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시나 당시, 송의 가사 등 오래된 고전문학 작품에서 등장하는 나무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이란 고사로 유명한 육개와 범엽의 이야기이다. 육개는 멀고도 먼 강남에서 매화 한 다발을 보내며 봄소식을 전하는 한편 우정을 돈독히 했다. 오늘날 물질적인 선물을 주고받는 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은 일화이다. 불경에서 소개되는 진두가와 가라가 이야기도 의미심장하다. 『대반니원경』 「사의품」에 나오는 ‘진두가鎭頭迦’라는 과일은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진두가는 달콤한 맛을 지닌 열대성 감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불경에서는 진두가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독이 있는 나무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가라가이다. 이를 통해 진리를 찾는 수행자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불경에도 나오는 감나무는 오늘날 운현궁의 뒤뜰에서도 볼 수 있다. 고종이 만약 어렸을 때 이 감나무에서 열린 감을 먹고 자랐다면 바로 황제의 나무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오래된 나무에는 그 나무와 얽힌 여러 인물들의 일화와 이야기들이 함께 살아 숨 쉰다. 저자가 나무를 살아 있는 생명 문화재로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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